Rithika Merchant in Marie Claire Korea for Kiaf art fair
갤러리 엘제이
GALERIE LJ
https://www.marieclairekorea.com/culture/2023/09/kiaf-highlight-5/
리티카 머천트
Rithika Merchant
파리 3구에 위치한 갤러리 엘제이는 올해 처음으로 키아프 서울에 참여한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페인계 미국 작가 루한 페레스(Lujan Perez)를 비롯해 국내에서 소개될 기회가 적었던 작가들의 신작을 전시한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 섹션에 선정된 인도 아티스트 리티카 머천트(Rithika Merchant)의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 1986년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난 리티카 머천트는 2008년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회화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인도, 스페인, 독일 등지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8년과 2020년에는 패션 브랜드 끌로에 협업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현존하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 신화를 관통하는 공통점을 탐구하는 작가로 인류가 공유하는 상징체계와 자연의 모티프를 가져와 신비로운 이미지로 구성한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선보일 작품은? 이전 작품에서 구축해온 이야기를 잇는 일련의 회화다. ‘Birth of a New World’(2020)는 우리가 지구에 저지른 짓을 깨닫고 하늘, 물, 땅에서 해답을 찾는다. 또 다른 작품 ‘Return to Stardust’(2021)는 별에서 답을 찾는 좀 더 원초적인 시간을 응시한다. 지혜를 구하기 위해 과거를 들여다보는 ‘Festival of the Phoenix Sun’(2022)도 있다. 이어 최신작인 ‘Terraformation’(2022~2023) 시리즈에서는 마침 내 지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유토피아적 세상을 재건한다. 나는 새로운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그곳의 다양한 버전과 형태, 우리가 진화할 수도 있는 여러 생명체를 탐구한다.
당신의 작품은 특유의 색채와 패턴으로 강렬한 첫인상을 안긴다. 주로 종이에 구아슈, 수채 물감, 잉크로 작업한다. 위에 덧칠하거나 지울 수 없는 수채화는 더욱 공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특히 좋아한다. 수채화로만 얻을 수 있는 완성도가 있으며, 채도가 낮고 색이 바랜 듯 반투명한 점도 마음에 든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접힌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작품의 구조 혹은 발판으로 표현하고 싶다. 보통 그림을 그리기 전에 종이를 접어 특히 주의를 끌고 싶은 부분이나 색을 칠하고 싶은 부분을 표시해둔다. 일종의 가이드 역할인데, 대개 작품의 구성에 따라 종이를 접는다. 이로써 마치 퀼트 같은 질감을 낼 수 있다. 그림을 완성한 후에는 잡힌 주름을 따라 다시 접어 보관한다. 기하학적 모양으로 작게 접으면 그림이 하나의 오브제가 되기도 한다. 종이 자체가 내러티브의 일부가 되는 셈이다.
영감의 원천을 꼽는다면? 자연은 모든 작품과 세계를 연결하는 공통분모다.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조, 유기적 형태, 그리고 이러한 구조가 우리 신체에서 찾을 수 있는 것과 닮았다는 사실은 커다란 영감을 준다. 시각적으로도 이러한 요소를 작품에 녹여내는 것을 좋아한다.
작품 속 여러 상징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화적으로 특수한 상징보다는 눈, 태양, 달, 식물 이미지처럼 보편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징에 끌리는 경향이 있다. 인물 또한 의도적으로 인종, 성별, 민족을 유추하기 어렵게 그린다. 관람객의 출신에 상관없이 내 작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면 좋겠다.
키아프 서울을 찾은 관람객이 당신의 작품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기를 바라는가? 작품에 자신을 이입하고,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